[살며 생각하며...] 열매는 달고 잡초는 질기다, 전원생활의 두 얼굴
봄이 시작되면 마당과 텃밭, 과수원은 순식간에 생명력으로 가득 찬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는 연둣빛 새순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6월에 접어들면 자연은 더욱 분주해진다. 과실수들은 저마다 열매를 맺기 위해 힘을 쏟는다.
자연은 때로 예상치 못한 선물도 건넨다. 몇 해 전부터 스스로 자라기 시작한 딸기가 해마다 영역을 넓혀가며 열매를 맺는다. 크기도 작고 모양도 투박하지만 막 따서 입에 넣으면 시중에서 파는 딸기와는 또 다른 맛이 난다. 텃밭의 상추는 식탁을 책임지고 고추와 가지, 오이, 토마토도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전원생활의 진짜 주인공은 어쩌면 과일나무가 아니라 잡초일지도 모른다. 봄부터 시작된 풀과의 전쟁은 여름으로 갈수록 치열해진다. 뿌리째 뽑으려 해도 쉽지 않다. 잡초 역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옻나무와 두릅나무, 칡은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버틴다. 특히 칡넝쿨은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으며 사람의 손길을 비웃기라도 하듯 빠르게 번져간다. 그래서 주말이면 낫과 예초기로 집 주변의 잡초를 베어야 한다. 풍성하게 자란 잡초를 정리하고 넝쿨을 걷어내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허리는 아프고 어깨도 뻐근해진다.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집다운 모습이 된다.
그럼에도 전원생활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힘들게 작업을 한 뒤 주변을 바라볼 때의 뿌듯함 때문이다. 땀을 쏟은 뒤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잔, 커피 한 모금의 맛은 도시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만족감을 준다. 비 오는 날 창문을 열어 놓고 빗소리를 듣는 여유 또한 전원생활만의 특권이다. 그날만큼은 일을 멈춰도 된다는 작은 안도감도 함께 찾아온다.
요즘도 주말마다 낫질을 하고 예초기를 돌리며 새삼 깨닫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이런 맛 때문에 편안한 아파트를 동경하면서도 15년째 전원에 머무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대한정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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